top of page
홍지희_작품.jpg

홍지희 / Jeehui Hong

나는 오랜 시간 ‘일상적이지만 사라져가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쓰고 버리는 물건들, 어느 순간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감정,

그리고 잊힌 줄 알았던 기억들은 사실 온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다른 모습으로 우리 삶에 남아 있고, 때로는 조용히 말을 걸어옵니다.

 

이번 전시 《감응의 퇴적》의 〈After Matter〉는 이런 남겨진 감각들을

‘물질’이라는 언어로 풀어낸 작업입니다. 저는 유리병에 주목했습니다. 제

역할을 다하고 버려진 병 조각들을 모아 깨뜨리고, 갈아내어 안료로 만들었습니다. 재료 위에 감정의 층을 덧입히듯 안료를 겹겹이 올리고, 이미지를 쌓아갔습니다.

 

유리는 쉽게 깨지지만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유리는 회복과 성장의 은유이자, 오래된 기억처럼 무게를 가진 재료입니다. 깨진 조각들을 다시 모아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할 때, 그 안에는 전혀 다른 감정과 이야기가 깃듭니다.

 

저는 단순히 재료를 다시 쓰는 것을 넘어, 우리가 놓치고 있던 감각들을

다시 불러오는 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사라진 줄 알았던 것들이 다시 눈에 보이고 손끝에 느껴질 때, 우리는 그들과 새롭게 소통합니다. 저는 그런

만남이 예술의 진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bottom of page